기대되지 않는 일을 혼자서 하는 것. 그리고 의사결정에 주는 인지부하

이건 나만의 임상적인 기록이다. 이론에 기반하기보다는 경험적으로 느낀 것에 대한 기록.

혼자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힘들다와는 다른 종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힘든걸로 따지면 유격훈련이, 3키로 체력검정, 서브웨이 오픈조 근무가, 기동 방화지대 작전이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너무 힘들었지만 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사실 쉬웠고 동기부여도 잘됐다. 무조건 했어야 했으니까 ㅋㅋ 이들의 공통점은, 남들과 같이하는 일이라는 거다.

혼자서 서비스 제작을 진행할 때는 힘들다기보다는 머뭇거리고 멈추게 된다. 내 생각에 이런 병목은 의사결정이 주는 인지적 부하에서 온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이따가 얘기하겠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기대하지 않음’에 있다. 기대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한방 성공을 기대하지 않으며, 반드시 매출이 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반복된 경험으로, 기대만큼 쉽게 이루는 성공이 없다는걸 알고 있다. 나는, 기대되어서 하는게 아니라 그저 내가 지금 가장 해야될 것을 하는 것 뿐이다.

다 만들고나면 사람들이 놀라겠지? 멋있다고 생각하겠지? 칭찬해주겠지? 유저들이 많이 써지겠지? 돈이 많이 벌리겠지? 돈을 분명히 벌 수는 있겠지? 하는 이런 기대가 하나도 없다.

근데 그런 기대가 없다보니 의지가 안난다. 그런 와중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의사결정이 주는 인지부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다. 실제로 정답이 없거나, 지금 나의 단계에서 명확한 의사결정이 안되는 것이 정상인 사안일 경우가 많다. 이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돌아왔다.

나는 그래서 ‘인형과 회의하기’ 기법을 쓰려고 한다. 보통 위에서 말한류의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려고 할 때 ‘회의’라는 것을 하는 것 같다. 나는 혼자서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이니 구색을 갖추고 인형과의 회의 역할극에 진지하게 임하면 애매모호한 것들에 대해 덜한 인지부하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왕하는거 25년 10월에, 인형보단 gpt랑 해야겠다.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을 쓰는 것은 편한 것 같다. 좀 두서 없어도, 잘 읽히지 않을 것 같아도 그냥 쓰기가 좋다. 너무 현학적인가 싶다가도 이게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니까